사회

금강선원 초중스님 뽕잎차 이야기 (1)

보건복지타임스 2009. 3. 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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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선원 초중스님 뽕잎차 이야기 (1)
인연의 시작
더데일리뉴스 (기사입력: 2009/03/24 11:44)


손끝에서, 옷깃에서 뽕잎차향이 묻어난다. 산사라고는 하여도 부처님의 가피인지, 찾는 이들이 많아 차를 다리는 일도 하루 여러 번. 한잔, 두잔 찻잔에서 배어나온 다향이 그렇게 옷깃에, 손끝에 배여나나 보다.

짐짓 여유를 부리며 마시는 이 한잔의 차 속에 불가의 인연 맺은 날을 떠올리게 된다. 딸만 셋을 낳은 모친은 나를 낳기 위해 팔공산 위의 작은 암자에서 100일 기도를 하셨다. 그렇게 모친의 정성어린 기도와 부처님의 가피 아래 태어난 것이니 나의 불가와의 인연은 그때부터 이어진 것이 아닐까.

대학시절, 어릴 적부터 즐겨 찾던 암자에서 공부를 하며 산중에서 수도를 하고 단전호흡을 하며 살아가던 이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렇게 그들이 살아가고 공부해 나가는 모습 속에서 속세의 인생이 무상하단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의 마음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하는 데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한마음 밝혀 내가 갈 길을 찾고자 암자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했다.

“나기도 부처님 뜻이었으니 남은 생도 부처님 안에서 살겠다.”는 말에 노스님은 그저 웃음만 지으며 살아보라셨다. 그렇게 시작한 행자 생활은 속세에서 배운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부처님의 말씀을 배우고 공부해나간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거움이었다. 그 후 “공부도 큰물이 있고 세상도 큰 곳에서 봐야 더 잘 보인다.” 큰절에서 좀 더 수행하고 세상을 보라는 노스님의 말씀으로 큰절에서 계도 받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암자에서 기도를 할 때 선잠이 들었는데 누에들이 나의 온 몸을 덮는 꿈을 꾸었다. 그 때는 ‘무슨 꿈인가’ 하고 고민을 했지만 지금 돌이키면 뽕잎차와 인연 맺을 것을 부처님께서 그때부터 알려주신 듯하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현몽이라고 해야 하나. 마침 자리를 잡은 곳도 유잠산 아래의 뽕나무 숲이었으니 불가의 인연법이란 것이 내게도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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