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털났다'는 말은 '하는 짓이 아주 염치없고 뻔뻔하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비슷한 표현으로 '염통에 털났다'라는 말이 있다. 염통은 심장의 우리말이다. 이때의 염통은 양심과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왜 하필 '털이 난다'라는 표현을 썼을까?
심장의 형태에 대해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심장의 형태는 피어나지 않은 연꽃 같고, 가운데 9개의 구멍이 있는데, 이곳이 천지의 기를 이끌어 가서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내경]심장의 무게는 13냥이다. 속에 구멍이 7개있고, 털이 3개가 있으며, 정즙 3홉이 들어있는데 정신을 주관한다.
[난경]지식이 많은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7개 있고, 털이 3개 있다.지식이 보통인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5개 있고 털이 2개 있다. 지식이 낮은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3개 있고 털이 1개 있다. 보통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2개 있고 털이 없다. 우둔한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1개 있다. 몹시 우둔한 사람은 심장에 구멍이 1개 있는데, 그나마도 몹시 작다. 구멍이 없는 것은 정신이 드나드는 문이 없는 것이다.
[황제둔갑연신경]실제 심장에는 혈맥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옛 사람들은 심장에 있는 이런 대동맥궁, 상대정맥, 하대정맥, 관상동맥 등을 구멍과 털로 인식했던 것인데, 갯수에 관하여는 실제 해부학적인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 아니라 도교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도교 의학에서는 구멍을 지혜와 관련시키기 때문이다.
[중국의학의탄생]'염통에 털이 났다'라는 표현은 심장의 형태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이 스며들어있는 것이다. 구멍과 털은 현명함과 양심의 척도로 쓰였으나, 털의 이미지는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심장에 털이 났다는 인식이 부정적인 의미로 전환된 것은 아닐까? 이 글을 보는 당신의 심장에는 과연 몇 개의 구멍과 몇 개의 털이 있을까? 문득 궁금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소산 한의원 김경택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