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오재일원장의 족보칼럼] 능금이 임금으로 변한 얘기

보건복지타임스 2007. 12. 17. 15:13
728x90
  뉴스 HOME > 칼럼  
글씨크기 크게 글씨크기 작게 기사 메일전송 기사 출력
[오재일원장의 족보칼럼] 능금이 임금으로 변한 얘기
홍재희 기자 (기사입력: 2007/12/17 14:54)

능금은 요즘의 사과보다 훨씬 작은 자두만한 열매다. 큼직한 열매가 나오면서 잊혀져가는 옛말이 돼버렸다. 찬바람이 지나가고 훈풍이 불면 앙상하던 가지마다 꽃망울을 터뜨리는 봄날에 복사꽃이며 능금꽃은 우리 가슴을 설레이게 하는 가녀린 꽃이다. 빨간 꽃망울이 이내 미소를 머금고 하얗디하얗게 피어난 능금꽃은 정결한 속살처럼 묻어나는 정겨움과 그 꽃내음에 이끌려 그 곁을 지나노라면 삶의 정점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시리도록 내비치는 따사로운 햇살에 피우는 능금꽃은 우리네 마음을 풍성하게 하며, 여름이 지나 풍성한 가을이 오면 빨갛게 열매가 익어간다. 앵두만한 애기 능금은 가지마다 올망졸망 달려있고, 자두만한 능금은 진한 자두처럼 보여도 내려그어진 무늬가 어쩌면 사과와도 똑같은지 맛 또한 사과 맛으로 사람 같으면 같은 집안사람들이라서 그럴 것이다. 이런 능금이 주먹만 한 사과가 나오면서 차츰 자리를 잃고 우리 시야에서 벗어난 신세가 되었다. 그 탐스럽고 예쁜 열매가 잘아서 돈벌이에 밀려나 세월 따라 우리 손에서 멀어져 갔다.

예나 지금이나 사과와 능금은 우리 곁에 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능금일 줄 알았는데 가끔은 사과로도 옛 책에서 내비쳐 서로가 같다고도 하고 다르다고도 되어있다. 아마 그 뿌리는 능금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자로 쓸 때에는 수풀 림(林) 자에 능금 금(檎) 자를 쓴 림금(林檎)이 되나 이 림금(林檎)을 우리말로 쓸 때는 능금(林檎)이라 해야 한다.

그런데 한자에 쓰인 바를 그대로 읽는데다 두음법칙이 적용되어서 임금(林檎)이 되어 있다. 사전에 보면 조선임금(朝鮮林檎)도 나와 있다. 아마 조선땅에서 난 종자가 따로 있는 모양인지 그야말로 조선의 임금님으로 알기 쉬운 조선 능금을 그렇게 표기하는 것이어서 말이 안 된다. 능금꽃도 임금꽃이라 하고 능금나무를 임금나무라고 해야 할 것인가?

계집아이 이름에는 이 조그맣고 빨간 능금을 딴 이름도 많았다. 이것을 한사코 임금(林檎)이라고만 적고 불러야 할 것인가? 당연히 능금(林檎)이라고 해야만 맞는 것이다. 이두식의 한자 표기를 우리말로 옮기는데 서툴고 두음법칙에 홀려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현상에 든 예를 들어보면, 여자이름에 이런 림(林) 자를 뒤에 붙인 이름도 그대로 ~림(~林)으로 적는다. 이것도 틀리는 일이다.

왜냐하면 계집이름에 ~님 자가 많이 쓰이는 달님, 해님, 별님, 순님, 옥님, 등의 이쁜 이름이 있다하자. 이를 한자로 적는다면 달님이는 월님(月林) 또는 달님(達林)인 것을 월림(月林) 또는 달림(達林)으로 한다면 이상한 것이고, 해님이는 일님(日林) 또는 해님(海林)인 것을 일림(日林) 또는 해림(海林)으로 한다면 원래의 모습에 벗어난다. 별님이는 성님(星林) 또는 별님(別林)으로, 순님이는 순님(順林)으로, 옥님이는 옥님(玉林)으로, 표기해야 맞을 것이다.

이를 한사코 ~림(~林)으로 표기하다보니 원래의 뜻과는 어그러지고 우리말의 어수선한 꼴이 남게 된다. 님 자를 그냥 우리말 발음으로 적어야기 때문이다. 님 자를 임(任)자로 쓸 때에도 성님이를 성임(星任)으로 표기하는 것도 역시 틀린 표기법이다. 바로 성님(星任)으로 표기해야 맞다. 이뿐이는 입분(立紛) 또는 입분(入紛) 으로 되어있다.

또 막녜도 말례(末禮)라고 쓰는데 원래 막내딸을 말하는 뜻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뜻에 따라 한자로 쓰자면 말녀(末女)인 것인데 녀(女)가 흔이 녜로 발음을 하게되니 말례(末禮)라고 쓰게 된다. 하지만 제대로 쓰자면 막녜(莫禮) 또는 말녜(末禮)로 써야 맞을 것이다. 또 한 가지 형태는 연님이가 여님으로 순님이가 수님으로 분님이 부님으로 선님이가 서님으로 된 사연을 보면 ㄴ탈락 현상의 이름들이 있다.

이를 여림(汝林), 수림(受林), 부림(富林) 이나 혹은 여임(汝任), 수임(壽任), 부임(富任) 등으로 적고 있는데 당연히 여님(汝林), 수님(水林), 부님(富林)이나, 여님(汝任), 수님(壽任), 부님(富任) 등으로 써야지 않겠는가? 우리말의 변질현상이다.

사내아이 이름에도 ~동 자는 갯똥, 쇳똥으로 불렸던 이름들의 음차이고, ~석은 깨돌, 곰돌 등으로 불린 이름의 뜻을 빌린 것이고, ~철은 돌쇠나 무쇠 등의 쇠덩이의 뜻을 따온 것이다. 또 ~길은 지나다니는 길을 따온 것이며 ~달은 건너다니는 다리를 따온 것이다.

우리말을 한자로 적은 것을 다시 우리말로 할 때에는 원래 모습대로 돼야 될 터인데 이럭저럭 원래모습이 많이 변해버렸다. 한자로 호적에 올려야 하는 법 때문에도 그렇겠지만 그것을 한자 음가대로 달다보니 이름들이 그렇게 굳어져 원래 모습과는 먼 이름들이 돼버렸다. 최근에야 버들 류(柳) 자를 쓴 성씨들이 두음법칙과는 상관이 없는 원래의 류(柳) 자를 되찾은 소식은 참 반가운 일이다.

가나다순에도 ㄹ자 칸에 옮겨져야 할 일이다. 이렇게 되면 유(兪)씨와도 구분이 될 것이고 량(梁)씨와 양(楊)씨도 구분이 되며, 림(林)씨도 임(任)씨와 구분이 될 것이다. 두음법칙이 적용된 성씨의 글자를 보면 류(柳), 류(劉), 리(李), 라(羅), 로(魯), 로(盧), 려(呂), 림(林), 량(梁), 룡(龍), 렴(廉), 륙(陸), 랑(浪), 로(路), 뢰(雷) 등이 있다. 능금이 임금으로 혼란을 일으킨 맥락을 짚어보고 이에 따른 그 속에 숨어있는 사연들 들여다보았다. 두음법칙으로 요상하게 돼버린 이름들인 것이다.

--------------------------------------------------------
[고려족보 오재일 원장]

▶ 1989년 안의 김씨 족보 편찬
▶ 1992년 경주 손씨 언양공파보 편찬
▶ 1995년 한국 인물 정보 연구소 부소장
▶ 2002년 연안이씨 진사공파보 편찬
▶ 2006년 한국고서연구회 이사
▶ 2007년 조선왕조실록 오류 수정 작업- 번역본 오류신고 400건 이상, 원문수정 2000건 에 3000자 이상신고 (최다 오류신고자로 선정)
▶ 현재까지 논문 3편 외, 칼럼 게재